재테크 이야기를 싫어하는 예체능
참 이상하게도, 예체능 계열과 관련된 업계에서는 돈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금기시 하는 것 같습니다. 엄연히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고있고, 보수로 돈을 받으면서 활동을 하는데도 불구하고요.
물론 그렇다고 너무 돈돈돈돈 하는 것도 좀 그렇긴 하니까, 실력을 늘리는데 정진하라는 깊은 뜻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문제는, 실력을 늘리는 기간동안 버티기 힘들어져서 그만두는 사례가 너무 많다는 것이겠지요. 실력은 하면 는다지만, 저축을 할 시기는 그 시기 뿐이니까요.
설마, 어린 것들이 무료로 일해줄 생각은 않고 근로계약서를 들이미니 그러진 않았겠죠

뮤지션도 기본적으론 프리랜서이고 자영업이니, 돈 = 생명력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만약 게임인데, 내가 HP가 1 남아서 한 대 맞으면 죽는 상황에서 여유롭게 창작 같은 것을 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HP가 100은 있어야 몇 대 맞거나 실패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런저런 준비를 미리 해놓지요. 안정성이 없으면 결국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에 주저하게 되고, 장기적 성장을 위한 준비보단 당장 돈이 되는 일 위주로 업무가 돌아가면서 문제가 생기더라구요.
사실상 임금이 하락하는 신기한 업종
물론 정말 어렵게 음악을 하셨던 분들 세대에서는 '나는 골방에서 라면먹으면서도 음악했는데, 요즘 것들은 돈부터 따져!'라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런저런 것을 감안해도 수도권의 월세나 물가가 이미 일반적인 소득으로는 감당하기가 어려워졌지요. 조금만 역세권이면 반지하 원룸도 월세가 50,60만원까지 치솟았고, 아파트 가격은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만큼 올라갔으니까요.
가령 레슨비만 하더라도 거의 20년 전에 머물러있는 상황이니, 그간 물가가 오른 것을 생각하면 사실상 마이너스가 되었어요. 제가 20대때 오래 했던 웨딩 악기연주 같은 경우엔, 경쟁이 심하지 않던 2000년대 초반엔 건당 6~7만원이었다가, 지금은 건당 2만원 정도를 줄 정도로 열악한 업종이 되어버리기도 했구요.
MR 제작은 아르바이트라고 하기에도 민망하지만, 듣고 따서 만드는 과거의 시절이 아니라 이젠 AI로 툴 한 번 돌리면 깨끗한 MR이 나와버리는 시대가 되었으니. 일자리로썬 사실상 거의 끝났다고 봐야하는 시대가 되었어요.

특히 최근엔 AI로 찍어내는 음악도 늘어났고, 다양한 기술들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르게 되었어요. 걱정 없을거라 철썩같이 믿었던 기술이나 분야도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일이 생길 수 있게 되었단 이야기지요. 그러다보니 더더욱 변호사, 의사, 변리사 등등 '사'짜 직업에 온 사회가 매달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요?
어쨌든, 그런 상황에서 내가 당장 생활할 수 있는 안전자금을 마련해두는 것은 심리적인 안정감 면에서도, 성장 가능성 면에서도 당연히 큰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지요. 저만 해도 만약 인세나 악보, 유튜브 수익 같은 안전장치를 덜 마련했더라면, 당장 돈이 되는 일을 찾느라 이런 블로그 글을 적을 여유도 별로 없었을테니까요.
프리랜서의 70%가 연소득 3천 아래, 저축도 없는 현실

특히 대부분의 뮤지션이 해당될 프리랜서의 경우는 더더욱 열악하지요. 학원에 강사로 나가거나 해도, 시간당으로 계산을 하니 4대보험이 되는 경우도 드물고, 서울에 살면 저축은 커녕 생활비를 내기도 빠듯한 상황에 처하기 쉬우니까요. 그러다보면 30대가 넘어서 다시 본가로 돌아가는 캥거루족 리턴이 생기기도 하더라구요.
뮤지션들의 주요 수입원 중 두 축인 레슨, 공연은 사실 메인 직업이라고 하기에는 변동성이 정말 너무 커요. 레슨이 지금 너무 잘나가서 30명, 40명 수업을 한다 한들, 그 수입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끊길지 모르는 일이고, 코로나19처럼 재난에 가까운 일들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외면하고 싶어하지요. 그런걸 다 고려하면 우리의 멘탈이 버티지 못하니까요.

실제로 저는 2014년도에 군악대로 복무중이었는데, 그 해 세월호 사건이 생기면서 군악대의 모든 행사가 중단된 적이 있었어요. 4월에 대한민국 역사에 남을 대형참사가 터졌으니, 당연히 어린이날이 낀 5월에도 위문공연 내진 축하공연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었지요. 당시 저는 군대에 있어서 사회 분위기를 알 순 없지만, 그런 상황에서 유쾌한 행사란건 있을 수 없지 않았을까요?
프리랜서가 저축을 하지 않는 이유?
사실 이건 뮤지션들의 확증편향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해요. 보통 20대, 30대가 음악 시장에선 가장 젊다보니 왕성하게 활동하며 수익을 잘 내고 있을 시점이기도 하고, "내일은 좀 더 잘 벌 수 있을거야", 이미 잘 벌고 있다면 "내일도 오늘처럼 잘 벌 거야"라는 일종의 확증편향이 계속 깔려있거든요.
어쩌면 그게 음악이란 불투명한 것을 하는 원동력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긴 해요. 불규칙한 수익과 여러 상황에도 불구하고, 연습하고 노력하면 내일은 좀 더 나아질 것이란 믿음. 그것마저도 없으면 일을 계속 해나갈 원동력이 사라져버리니까요.
하지만 사람이 언제까지고 계속 성장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본인의 사고나 건강 문제 등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겨버리게 된다면 그 확증편향은 순식간에 와지끈 무너지게 됩니다. 자신이 일을 하지 않으면 수익이 0원이라는 현실에 부딪치거든요.
그러면 그 때 버틸 수 있을만한 완충장치가 어느 정도 있어야하는데, 6개월은 고사하고 3개월치 생활비를 저축해놓으신 분들도 생각보다 드물다는 사실에 무척 놀란 적이 있어요.
최소한 500만원에서 1000만원 이내의 현금은 들고 있어야 당장의 현금흐름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큰 움직임을 보게 되는데, 당장 이게 없으니 작은 리스크에도 크게 반응하게 되는거지요.
가상의 사례 비교
A씨는 월 400만원의 공연과 레슨 수익이 있지만, 저축과 소비를 충동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봅시다.
장비, 프리앰프, 기타, 악기 등등 전반적으로 뮤지션들이 자주 돈을 사용하는 분야에 소비를 한다고 가정하는거지요.
그러고 나서 남는 50만원 정도를 저축했다 가정하면, 50만원 X 12개월, 1년당 600만원을 모으니 5년 후엔 약 3000만원에 약간의 이자가 더해진 돈을 모으게 됩니다. 물론 그 사이 더 잘 벌게 되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왕년에 잘 모았던 뮤지션'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요.
반대로 B씨는 월 300만원을 벌고 있지만, 적립식으로 매 달 100만원씩 금융상품에 투자를 꼬박꼬박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ETF 투자 같은 금융상품이 연 6% 정도의 수익을 매 년 낸다고 보수적으로 잡으면, 투자한 원금 6000만원은 6800만원이 됩니다.
| 구분 | A씨 | B씨 |
| 월수입 | 400만 원 | 300만 원 |
| 저축/투자 방식 | 불규칙 예금 | 매월 ETF 100만 원 자동 투자 |
| 5년 후 자산 | 약 3천만 원(예금) | 약 6,800만 원(ETF) + 비상금 |
| 위기 대응력 | 불안정 | 안정적 |
| 장기적 전망 | 소비 패턴에 좌우됨 | 복리 효과로 갈수록 격차 확대 |
만약 이대로 가게 된다면 A씨는 10년 후 6630만원의 저축, B씨는 1억 6200만원 가량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됩니다. 6%의 수익은 말 그대로 돈이 돈을 벌어다주는 상황을 만들게 되거든요. 자본주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거지요. (놀랍게도 A씨의 사례가 극단적인게 아니라 희망편 수준입니다!)

더욱 간단히 말하자면 B씨는 자신의 돈을, 자신을 위해 대신 일해줄 서포터로 만든 셈이에요. 1억이 있다면 한 달에 30만원 ~ 40만원의 배당금이 들어올 수 있으니, 그만큼의 시간을 자신의 작업을 위해 더 쓸 수 있게 되겠지요.
물론, 더 좋은 장비를 쓰면 좋은 음악이 나올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어요. 퀄리티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하는 것도 과감히 필요할 때가 있겠지요. 저도 어느 정도 플래그십 수준의 장비들을 갖추고 있고요.
다만, 그 기준이 정확하고 '이 정도라면 작업하는데 지장이 없다'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게 좋다더라, 저게 좋다더라 하는 기준에 휩쓸려서 소비를 하게 되는 순간 겉잡을 수 없어지니까요.
자본주의 시스템을 내 편으로 만들기

우리는 자본주의(Capitalism) 시대에 살고 있지요. 자본주의 사회란 뭔가 '돈을 사용하는 사회'로 오해되기 쉽지만, 실제론 아니에요.
개인이 재산을 가지는 것을 허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가 지금 당장 벌어들이는 수익과 투자를 해서 벌어들이는 자본을 구분하는 사회에요. 그러니까, 돈을 통해서 돈을 버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인거지요.
한 때 경제적 립, 빠른 은퇴를 나타내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 Retire Early)에 대한 이야기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 기조도 비슷해요. 만약 5억원 정도의 자산을 축적했다면, 거기에서 나오는 배당금만으로 월 200만원 근처의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으니까, 그걸 통해 빠르게 은퇴를 하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것이지요.
물론 요즘은 먹고살기도 팍팍한 시대니 '내가 5억을 어떻게 모아?'라거나, 이미 잘 벌고 있는 분들이라면 '내가 지금 월 1000만원을 버는데 그런걸 신경써야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 핵심은 인생에 어떤 변화나 리스크가 생겼을 때 무너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마련해두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을 하다보면 단기적으로 잘 버는 순간은 인생에 한두번 오게 되지만, 그 기세를 몰아서 꾸준히 쌓아가고, 성장시키는건 자산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더라고요. 그걸 모른다면 당장은 잘 벌어도 나중에 큰 위기가 온다는 것을 저도 실패해보고 나서야 알았어요.
음악을 오래 하기 위해서, 하고 싶은 일들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서 완충장치를 만들고, 자신의 삶을 튼튼하게 준비해놓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만큼, 프리랜서나 뮤지션들의 금융상식 내진 재무관리에 대해서도 꼭 이야기가 많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리랜서의 재테크는 매 달 돈이 정확히 들어오는 직장인과는 개념이 달라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거든요.
음악 =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건강하지 못하지만, 돈 = 내 음악을 위한 완충장치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튼튼한 버팀목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준비를 꾸준히 해두어야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고 나아갈 수 있겠지요!
다음 글들에서는 프리랜서의 저축과 재테크, 투자 루틴 만드는 방법, 꼭 알아두어야 할 개념들에 대해서도 소개를 해볼게요!
물론 음악이 본업인 만큼,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도 쭉 다뤄나갈 예정입니다 :-)
여러분들은 저축,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수익화에 대한 첫 글은 아래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turtle2516.tistory.com/1
뮤지션, 그리고 디지털 자영업으로 만드는 '수익 파이프라인'
전통적인 음악 생활을 생각하면, 예체능 중에서도 특히 음악은 직접 할 때보다 '남을 가르칠 때' 돈을 더 번다는 희한한 특성이 있지요. 바흐 본인도 궁정의 악사였고, 비슷한 말이 바로크 시대
turtle2516.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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